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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9 19.헉소리난다.
  2. 2010.06.01 18. 촬영을 할수록 5
  3. 2010.05.26 16. 라흐 촬영

2010. 6. 9. 18:18 제작일지

19.헉소리난다.

내일 반이다 회의에서 공유할 구성안을 작성하려고 선거 전에 적었던 구성안을 보다가 헉소리가 났다. 선거 촬영으로 대구 가기 직전에 적었던 구성안인데, 그 구성안에서 물어보려고 했던 질문을 아빠에게, 사람들에게 하나도 못 물어본 것이다. 머뭇머뭇 거리다가 그 어느 때보다 스펙터클했던 선거는 끝나버렸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블로그에 제작일지를 쓰고 있다.

나는 왜 선거에 관련된 질문을 못했던 것일까. 안했다기보다는 못했다는 게 맞다. 이상하게 묻고 싶지 않아졌다. 선거에 대해서, 정치에 대해서. 엄마 아빠와 시장 사람들의 생활의 현장에서 내가 하는 정치 이야기는 얼마나 힘이 없는지 반복해서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닥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새벽부터 시장에 나와 드르륵 셔터문을 올리고, 재료를 다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물어봐야 할 것은 분명히 있었는데, 내 마음을 빨리 추스리지 못했다. 잠이 부족해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일어난 엄마에게 선거하러 가라고 말하지 못했다. 재취업을 준비하며 마음이 심란해서인지 포항까지 자전거 타고 간다는 동생에게 진보신당을 찍으라고 하지 못했다.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언니에게 선거에 대한 이야기 조차 못 꺼냈고, 아빠에게 더이상 왜 한나라당이냐고 묻지 못했다. 그 당시는 그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 더 파고들걸 싶었다. 조금 더 물어볼걸. 서울로 돌아와서도 궁금한 게 많은 걸 보면 아직 덜 파고든 게 분명한데...하지만 다시 그 상황이 된다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어떤 이야기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헉소리 났지만, 더이상 헉소리 내지 않으려면 더!

한가지 확실해진 건 정치인이 전문가들 인터뷰는 안하기로 한 것이다.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선거기간 동안 확실히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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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x4

대구에서 촬영 중이다. 이제 내일이면 선거일. 아빠 주소가 대구가 아니라 경북이라 경북 고향까지 가서 투표를 해야한다. 며칠 바쁘게 돌아다닌 아빠의 눈을 벌겋게 충혈되어있다. 이러다 투표를 안하나 싶기도 하다. 어쨌건 아빠의 선택이다. 동생도, 엄마도 모두 투표를 안한다고 한다. 언니는 산후조리중이라 나가지 못할것같고. 이러다가 우리 직계가족들은 나 빼고 모두 투표를 안할지도 모르겠다.

촬영을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재밌기도 하다.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재미있고 신기하다. 정말 다른 생각과 경험 이야기를 듣고 아...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 대부분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기 삶을 한걸음씩 내딛는 분들이라 한마디 한마디에 고민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런 재미가 느껴질수록 나는 무거워진다. 나의 고민이 가볍지 않은가. 아니 나의 고민이 너무 평범하지 않은가. 나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굳이 다큐멘터리로 해야 할 이야기인가. 누군가가 왜 만드냐고 물어볼때마다, 아니 그 전에 내 스스로 자문해볼때마다 늘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나 이거 왜 만들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촬영을 할수록 편집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컷을 붙일까. 내레이션을 어떻게 할까. 구성을 어떻게 할까. 촬영은 충분할까. 깊이가 없진 않을까....

자꾸만 감추고 싶다. 적당히 드러내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 한다. 허나 적당히 한 이야기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음을...

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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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x4

2010. 5. 26. 01:15 제작일지

16. 라흐 촬영

대구 갈 일정 조절하다가 하루 시간이 비었길래 얼른 라흐 촬영일정을 잡았다. [당나전]상영회 때 만난 동갑인 친구. 대전에서 진보신당 시의원후보로 출마한다고 해서 인터뷰하려고 진즉에 섭외해놓고 선거기간이 오길 기다렸다. 본격적인 인터뷰는 나중으로 미루고 선거운동하는 모습을 찍었다.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인사하는 모습. 온동네가 선거운동하는 사람들의 소리로 가득찼고 주민들은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색해하며 침묵하는 것 같았다. 선거운동하기 전에 라흐가 친구랑 정치,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옷을 얇게 입고가서 추워서 사실 촬영에 많이 집중하진 못했다. 인터뷰는 선거가 끝난 후 하기로 하였다. 누군가에게 뭘 알린다는 것은 참 힘들다는 걸 새삼... 선거와 정치에 관해서 복잡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라흐에게 우선 감사를! 라흐 어머님의 인상이 참 좋으셨다. 좋은 결과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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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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