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촬영 중이다. 이제 내일이면 선거일. 아빠 주소가 대구가 아니라 경북이라 경북 고향까지 가서 투표를 해야한다. 며칠 바쁘게 돌아다닌 아빠의 눈을 벌겋게 충혈되어있다. 이러다 투표를 안하나 싶기도 하다. 어쨌건 아빠의 선택이다. 동생도, 엄마도 모두 투표를 안한다고 한다. 언니는 산후조리중이라 나가지 못할것같고. 이러다가 우리 직계가족들은 나 빼고 모두 투표를 안할지도 모르겠다.

촬영을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재밌기도 하다.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재미있고 신기하다. 정말 다른 생각과 경험 이야기를 듣고 아...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 대부분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기 삶을 한걸음씩 내딛는 분들이라 한마디 한마디에 고민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런 재미가 느껴질수록 나는 무거워진다. 나의 고민이 가볍지 않은가. 아니 나의 고민이 너무 평범하지 않은가. 나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굳이 다큐멘터리로 해야 할 이야기인가. 누군가가 왜 만드냐고 물어볼때마다, 아니 그 전에 내 스스로 자문해볼때마다 늘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나 이거 왜 만들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촬영을 할수록 편집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컷을 붙일까. 내레이션을 어떻게 할까. 구성을 어떻게 할까. 촬영은 충분할까. 깊이가 없진 않을까....

자꾸만 감추고 싶다. 적당히 드러내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 한다. 허나 적당히 한 이야기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음을...

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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