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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5 14. 의미
  2. 2010.03.03 05. 심난한 마음

2010. 5. 5. 01:52 제작일지

14. 의미

촬영을 하지는 않았지만 작업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었다. 자료나 구성들은 이 블로그 말고 스프링노트에 모으고 있다. 개청춘 작업할 때 썼는데 편리한 것 같다. 기획서를 보여주고 코멘트도 받았는데 아직 어떻게 보여줄지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그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게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은 아직 주제에 대한 조사가 덜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나'를 드러내는 것의 문제. 나는 아빠의 정치의식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나'의 정치의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는 빠뜨렸다. 간과했다. 그것은 '나'의 정치의식이 당연히 옳다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나'의 정치의식에 동의할만한 사람들만을 관객으로 상정했기 때문인 것 같다. 둘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생각이 이어지다보니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가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또 내가 나오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나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 꽤 큰 어려움인데 보는 사람들은 그걸 쉽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보거나, 나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만 같다. 그렇게 말한 사람은 없지만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전자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지만 후자는 좀 그렇다. 나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 늘 든다. 어떤 영화든 만드는 사람의 관점이 녹아날 수밖에 없지만, 왠지 자기가 직접 나오는 것은 자기 안에 갇힌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 모르겠다. 뭐가 뭘까. 개청춘에 나온 '나'는 사실 나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인물이다. 반이다를 대표하는 인물에 가깝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지금까지 정리해온 나를 다 드러내는 작업이 될 것같다. 내가 가진 것은 이것뿐이라는 것도 드러내야 할 것 같고 감추고 싶은 것도 드러날 것 같다. 그런 걱정 때문에 움츠러드는 한편, 그동안 질질 끌었던 고민들을 이번에 정리하고 툭툭 털어내고 넘어서고 싶다.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 그 바람이 더 간절해서인지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에 하루에도 몇 번씩 사로잡히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나를 넘어서려고 노력한다는 것 정도의 의미는 있다. 이런 것에 대해서 좀 자문을 구해보고 싶다. 오늘 반이다 회의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한참 했다. 셋다 이런 고민에 시달리고 있는듯.

어쨌든 내일 또 대구에 촬영을 간다. 가서 이런 저런 생각하지 말고 게으름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구성안 작업하고 촬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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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x4
어제 쌍용차 관련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의 전쟁] 시사회가 있었다. 내가 조연출 한 작품이다. 조연출이라기보다는 잡다한 일들을 했다는 게 맞겠지만 그렇게 말하면 너무 사실적이니까. ㅎ 상영이 시작하기 전에는 사고 날까봐 걱정이 되었다. 늘 상영은 마음을 졸이게 한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많이 모였고 그 시간이 소중하며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조합원 분들의 말씀이 제일 멋졌던 것 같다. 이영호 의장님의 담담한 이야기도 언론담당이신 분의 이야기도. 특히 쌍용차 투쟁은 이제 A/S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A/S에 참여한다고 말하기도 뭐하게, 쌍용차 문제에 무관심했던 것 같다. 그 싸움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당시에 몰랐던 것 같다. 조직운동을 하시는 분들의 역사와 고민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며, 내 고민의 폭이 좁고 얕았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작업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한동안 책을 보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만 봤는데 생각을 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을 치던 시기였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그 시기를 벗어나고 나의 과거에서도 좀 벗어나서 이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해야 할 때라는 걸 알고 있다. 그 단계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런 저런 것을 흡수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엔 책도 읽는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시작이 될 것 같다. 내 고민이 깊어지고 어느 정도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 같은데, 어제는 이상하게 심란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 오랫동안 운동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언제나 심란해진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대중이란 무엇일까? 지금의 나는 무엇일까? 어떤 전략을 가지고 살 것인가? 그리고 어김없이 생각나는 운동과는 전혀 무관하게 살아온 나의 25년간의 인간관계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이 생각난다. (....) 뭐 그런 생각에 파묻힌 어젯밤이었지만 요즘은 조금 어른이 되었는지 덜 휘둘리는 것 같다. 이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운동을 모른 채 살아왔지만 운동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했던 운동의 경험을 이제부터 축적해갈 필요는 없다. 각자에게 운동의 방식이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하는 활동들이니,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치열하게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괜한 인정욕구나 열등감에 시달리지 말고, 나의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그렇다면 먼저 나의 고민이 무엇인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제 태감독님이 이 이야기를 단편으로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단편을 잘 만들 자신도 없다. 단편이 더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단은 단편을 만들고 싶다.

핵심은 두 개인데, 사람들의 정치의식이 어떻게 생성되었느냐와 가난한 우리 아빠는 왜 한나라당을 지지할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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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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