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낙구가 막 만든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에 관련된 기사를 읽었다. 대부분 그의 치밀하고 끈덕진 연구에 감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글이었다. 실제로도 대단하다. 조기숙 교수의 지적도 적절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머리가 복잡한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복잡한 것은 이런 책이 나왔다고 감탄하는 사회학계의 반응에 놀랐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히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런 책이 하나 정도는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다들 그렇게 연구하는 줄 알았다. 선거 전략을 짤 때는 그렇게 치밀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고 계획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 말과 추측뿐이었다는 것이 놀랍다.

손낙구씨는 연구를 통해 서민층은 투표율이 낮아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민주당을 지지하는 계층투표를 해왔다고 발표했다. 조기숙 교수는 그것은 생태학적인 오류가 있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서민은 기존체제에 포섭되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적고 먹고 살기 바빠서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뭐 대충 글 참고 하면 이해될 것 같고, 나도 아직은 조기숙 교수의 논리에 더 동의가 된다. 실제로 나의 아빠가 그러하니까 말이다.

어느 논리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투표하지 않은 블루오션인 서민층'을 어떻게 진보진영에서 설득해낼 것인가가 관건이란 말을 바이커란 블로거가 했다. 그 말이 진짜 옳다. 어쨌든 지금 체제하에서 투표는 거의 유일한 정치 표현의 수단이고 그것을 외면할수록 서민들에게는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수가 많은 서민층의 투표율이 높을 수록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에 유리했던 것은 명백하므로.

그렇다면 나는 이런 조사들이, 더구나 계급배반 투표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 시점에,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의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냐는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나는 이 선거 지형 전체를 분석할 필요가 없다. 이유도 없다. 욕구도 없다.
나는 내가 가진 경험으로 지역주의와 계급배반 투표의 행위를 분석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겪어야 하는 모순을 극복하고 싶을 뿐이다.
결론이 명쾌하게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의 주변이나 나의 사유로 파고들어야 한다. 넓어지는 것은 어려운 길이다. 글로도 분석되지 않는데 하물며 디테일한 인터뷰는 더 하다.
다만 인터뷰이를 잘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전체 흐름을 끌고 가는 것은 나의 생각 변화와 의문해소이다. 계급배반 투표니 지역주의니 그런 말들에 빠지지는 말자. 분석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이다. 다만 거기서 맥을 짚을 수 있게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분석을 정확히 읽고 해석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나의 분석과 판단이 중요하다.

흑흑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단순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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