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촬영을 일주일간 진행하기로 결정을 하고 나서 잠을 잘 못잤다. 잠이 와서 불을 끄고 누워있으면 찍어야 할 것들과 구성, 특히 내레이션들, 그리고 아빠나 나의 과거에 얽힌 감정들이 자꾸 불거져나왔다. 까먹을까 싶어서 불을 켜고 일어나서 끄적이다가 다시 눕고 다시 불을 키는 것의 반복이었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그리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이런 순간들이 모여서(모여야) 한편의 영화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작업을 통해 배웠던 것 같다. 메모하지 않아서 잊어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순간 카메라의 렉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런 가정을 편집하면서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책상 앞에 붙어 있는 보드에 다른 메모를 다 떼고 '꾸물거리지 말고 촬영이나 하자'고 적어놓았다.

잘할 수 있을까 하던 부담보다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촬영한다는 설레임이 크다. 가족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도 궁금하고, 반응도 궁금하고. 기획서에도 적었지만 카메라를 처음 배울 때부터 맴돌았던 이 기획. 잘하고 싶다는 부담도 크긴하지만, 통통 가볍게 작업하고 싶다. 생각만큼 즐거운 시간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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