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5. 21:57 제작일지

10. 빡센

무려 새벽에 일어나서 촬영할 준비를 했다. 아침에 엄마가 가게를 열 준비하는 걸 촬영하면서 몇 가지를 물어볼 생각이라서. 엄마의 대답은 예상대로였지만 훨씬 간결하고 단호했다. 정치에 냉소적인 엄마. 그리고 스케치 촬영을 좀 했다. 대구 전경을 촬영하느라고 케이블카를 탔는데 거기서 00고등학교 선생님 무리를 만났다. 앞산 밑에 있는 자유총연맹에서 하는 통일교육을 받으러 학생들과 왔다가 선생님들은 앞산을 오르는 것이었다. 지난 정권 때는 교육이 덜하고, 자유총연맹 건물도 낡아서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이번 정권이 들어서자 교육도 강화되고 자유총연맹 건물도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 학교는 보수적이라 어쩔 수 없다며 걱정하는 선생님의 이야기. 김대중과 노무현 때는 덜했다는 이야기. 심심치 않게 김대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내려오는 길에 자유총연맹을 지나다가 탱크 앞에서 라면을 먹는 고등학생들 무리를 발견하고 망설이다가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확실히 아이들은 지역감정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재밌는 이야기와 그림들.

촬영 기간이 짧기 때문에 가능할 때 많이 찍자면서 아침부터 돌아다니며 촬영을 했더니 오후가 되자 녹초. 집에서 잠깐 쉬다가 엄마와 가구점에 들러 이것저것 사고, 다시 카페로 왔다.

촬영하러 왔지만 이사에 각종 집안일과 심부름, 그리고 빡센 촬영. 몸이 힘들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인터뷰이들이 쏙쏙 해줘서 즐겁기도 하다. 현실은 상상 그 이상이다. 부지런히 촬영하자. 생각은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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