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16. 15:14 제작일지
21. 고민의 결과물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하는 게 인터뷰가 아닐까 싶다. 어떤 질문을 하는가, 대답에 어떤 리액션을 하고,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가는가를 보면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채 간단히 질문만 하더라도 제작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태도 같은 것이 드러난다. 인터뷰할 때는 정신 없이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녹취를 해보면 상대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거나, 대답을 잘라 먹거나, 내가 원하는 답을 하도록 강요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루의 말처럼 촬영을 할 때는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데, 집중하다보면 질문자의 태도가 가감없이 드러나 버리게 된다. 그 태도는 아무리 편집을 하더라도 영화 안에 드러나는 것 같다. 그런 제작자 자신의 모습을 관객에게 자신있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열심히 인격을 쌓는 수밖에 없는것 같다. 그런 척하는 것은 그런 척하고 있다고 드러나는 것이 영상인것 같다. 교묘하게 감추는 스킬을 쌓는 것보다 상대의 말을 존중하는 인격을 기르는 것이 훨씬 빠른 것 같다.
아빠를 촬영한 걸 보면 아빠 말을 잘 듣고 있다가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컷을 잡았다 싶으면 꼭 아빠한테 따지듯 빈정거리는 내 목소리가 들린다. 대화하려는 시도도 아니다. 그냥 아빠의 말을 고이 주워듣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관철하고 싶어하는 나의 짜증섞인 소리에 불과하다. 아빠는 대부분 나의 빈정거림에 반응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쯤되면 내가 이미 카메라를 꺼버렸기 때문에 기록에 남지 못한다.
인터뷰를 하기에 부족한 인격이긴 하지만, 때로는 닥치고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그런 인터뷰를 녹취하는 중이다. 내가 내 작업에 넣기 위해 잠깐 고민해서 던진 질문에, 자신이 평생 한 고민의 결과물인 어떤 대답을 해주는 사람들. 2-3분의 짧은 대답이지만 그 안에 수년 고민한 세월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세월은 정말 신기하게도 듣고 보는 사람에게도 느껴진다. 긴 고민의 결과물을 카메라 앞에서 기꺼이 해주는 사람들에게 참 고맙다. 더불어 나의 가족들에게도. 언제든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그 힘을 믿는다.
아빠를 촬영한 걸 보면 아빠 말을 잘 듣고 있다가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컷을 잡았다 싶으면 꼭 아빠한테 따지듯 빈정거리는 내 목소리가 들린다. 대화하려는 시도도 아니다. 그냥 아빠의 말을 고이 주워듣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관철하고 싶어하는 나의 짜증섞인 소리에 불과하다. 아빠는 대부분 나의 빈정거림에 반응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쯤되면 내가 이미 카메라를 꺼버렸기 때문에 기록에 남지 못한다.
인터뷰를 하기에 부족한 인격이긴 하지만, 때로는 닥치고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그런 인터뷰를 녹취하는 중이다. 내가 내 작업에 넣기 위해 잠깐 고민해서 던진 질문에, 자신이 평생 한 고민의 결과물인 어떤 대답을 해주는 사람들. 2-3분의 짧은 대답이지만 그 안에 수년 고민한 세월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세월은 정말 신기하게도 듣고 보는 사람에게도 느껴진다. 긴 고민의 결과물을 카메라 앞에서 기꺼이 해주는 사람들에게 참 고맙다. 더불어 나의 가족들에게도. 언제든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그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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