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8. 12:14 리뷰/ 상영후기
[리뷰]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 오정훈
*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다큐KMDB 에 오정훈(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장)님이 쓰신 리뷰입니다.
KMDB는 이 작품 리뷰 말고도 다양하고 재밌는 작품의 리뷰가 가득한 곳입니다. 원문과 다양한 다큐를 만나시려면 여기로. http://www.kmdb.or.kr/docu/board/choice_list.asp?code=choice&seq=413
작품 제목에서 읽히는 ‘그 자식’은 누구일까? ‘그 자식’은 읽는 사람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한국에서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많지 않으니-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그 자식’은 사뭇 도전적이다. 작품에 언급되는 ‘그 자식’은 1998년에 대통령에 취임을 보며 말한 아버지의 표현이다.
아버지와 딸은 정치적 성향이 상대적이다. 한 사람은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한 사람은 진보정당을 지지한다. 사회를 읽거나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둘의 공통점은 신앙을 갖고 있다는 점이고, 서로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또 대구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다. 평등하고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염원한다는 점도 동일하다. 하지만, 과연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차이가 점차 심각해지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이 둘 사이는 조화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가난과 함께 성장했고, 여전히 부유하지는 않아 보인다. 딸은 가난이 열등감을 갖게 했고, 대학에 들어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너무 딱딱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의 시점으로 ‘아버지’에 대해 당신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입장과 논쟁하기도 하고, 가난을 달고 살았던 아픈 시절의 눈물을 만난다. 성실하고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살아가는 아버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물론 둘 사이의 사회적 시각은 날카롭게 부딪힌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버지와 인터뷰하다가 딸은 자신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 카메라 뒤에서 아버지 옆으로 옮겨 앉는다. 내레이션과 카메라 뒤의 목소리에서 화면 안으로 등장하는 순간이다. 보다 본격적으로 개입의 순간이 이루어지는 장면이다. 감독의 목소리가 숨겨진 채로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내보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감독과 아버지를 동시에 바라보게 하는 장면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보통의 1인칭 다큐멘터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많은 1인칭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거나 모습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보여지는데, 이 작품은 숨겨진 목소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딸의 입장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에서 딸의 모습도 함께 보게 만드는 것을 성취한다. 좀 더 나가면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줄곧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질문하던 것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까지 간다. 아버지와 딸이 가지고 있는 정치의식의 대립, 그리고 아버지 혹은 아버지 세대가 가지고 있는 현실과 정치, 종교와 현실의 이중적 모습이 카메라를 넘나드는 목소리와 감독의 등장을 통해 묶이게 된다.
이 작품에서 특히 주목해서 볼 만한 것은 공간과 사물을 엮어내는 감수성이다. 그림자가 드리운 골목길에서 가난의 감정을 만나고, 방바닥에 놓인 충전기는 현재 감독의 상태를 보여주는 듯하다. 천천히 그리고 살며시 다가오는 공간 이미지는 감독의 현실해석의 감수성을 돋보이게 한다. 아마 이 작품을 만든 감독에게 앞으로도 서정성 높은 작품으로 관객에게 논리적 이해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넓히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다큐멘터리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KMDB는 이 작품 리뷰 말고도 다양하고 재밌는 작품의 리뷰가 가득한 곳입니다. 원문과 다양한 다큐를 만나시려면 여기로. http://www.kmdb.or.kr/docu/board/choice_list.asp?code=choice&seq=413
작품 제목에서 읽히는 ‘그 자식’은 누구일까? ‘그 자식’은 읽는 사람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한국에서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많지 않으니-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그 자식’은 사뭇 도전적이다. 작품에 언급되는 ‘그 자식’은 1998년에 대통령에 취임을 보며 말한 아버지의 표현이다.
아버지와 딸은 정치적 성향이 상대적이다. 한 사람은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한 사람은 진보정당을 지지한다. 사회를 읽거나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둘의 공통점은 신앙을 갖고 있다는 점이고, 서로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또 대구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다. 평등하고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염원한다는 점도 동일하다. 하지만, 과연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차이가 점차 심각해지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이 둘 사이는 조화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가난과 함께 성장했고, 여전히 부유하지는 않아 보인다. 딸은 가난이 열등감을 갖게 했고, 대학에 들어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너무 딱딱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의 시점으로 ‘아버지’에 대해 당신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입장과 논쟁하기도 하고, 가난을 달고 살았던 아픈 시절의 눈물을 만난다. 성실하고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살아가는 아버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물론 둘 사이의 사회적 시각은 날카롭게 부딪힌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버지와 인터뷰하다가 딸은 자신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 카메라 뒤에서 아버지 옆으로 옮겨 앉는다. 내레이션과 카메라 뒤의 목소리에서 화면 안으로 등장하는 순간이다. 보다 본격적으로 개입의 순간이 이루어지는 장면이다. 감독의 목소리가 숨겨진 채로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내보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감독과 아버지를 동시에 바라보게 하는 장면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보통의 1인칭 다큐멘터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많은 1인칭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거나 모습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보여지는데, 이 작품은 숨겨진 목소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딸의 입장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에서 딸의 모습도 함께 보게 만드는 것을 성취한다. 좀 더 나가면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줄곧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질문하던 것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까지 간다. 아버지와 딸이 가지고 있는 정치의식의 대립, 그리고 아버지 혹은 아버지 세대가 가지고 있는 현실과 정치, 종교와 현실의 이중적 모습이 카메라를 넘나드는 목소리와 감독의 등장을 통해 묶이게 된다.
이 작품에서 특히 주목해서 볼 만한 것은 공간과 사물을 엮어내는 감수성이다. 그림자가 드리운 골목길에서 가난의 감정을 만나고, 방바닥에 놓인 충전기는 현재 감독의 상태를 보여주는 듯하다. 천천히 그리고 살며시 다가오는 공간 이미지는 감독의 현실해석의 감수성을 돋보이게 한다. 아마 이 작품을 만든 감독에게 앞으로도 서정성 높은 작품으로 관객에게 논리적 이해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넓히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다큐멘터리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리뷰/ 상영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5월 상영 소식] 놀러오세요! (1) | 2011.05.19 |
---|---|
[상영후기] 건대 수업 (0) | 2011.05.19 |
[리뷰]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 한윤형 (0) | 2011.05.18 |
[상영후기] 여성영화제 상영! (1) | 2011.04.11 |
[리뷰]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 동네 극장 움직이는 영화관 (0) | 2011.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