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극장, 움직이는 영화관'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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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 2011 최고의 인기작은 애초 예상했던 대로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이었다. 3월 28일 저녁 8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의 상영관은 만석에 가까웠다.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에 앞서, 손경화 감독은 "제목에 낚여서 오신 분들도 많을 텐데,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았나 모르겠다"고 인사를 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랬다. 낚여서 온 관객들이 적지 않았을 터.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던 때 중학생이던 감독은 다큐멘터리 작업에 관심을 두게 된 이후, 이 제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라온 도시 대구를 떠나 서울에서 활동하는 딸과 '보수꼴통'의 도시 대구에 사는 아버지의 정치적 견해 차는 짐작할 만 하다. 헌데 그 아버지는 가난하다. 딸은 자신의 계급적 이해에 정면 배치되는 정당을 지지하는 아버지의 모순을 지역감정으로 간단히 설명해버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를 설득하겠다는 계몽적 의도가 딸에게 없진 않았을 것이다. 설득에 성공했나? 아니다. 30년 넘게 형성되온 아버지의 정치적 성향이 영화 한 편 찍는 동안에 바뀔 리는 없었을 터.

 

아버지와 딸이다. 딸과 아버지의 관계는 재설정된다. 같은 '보수'로서 부자정당에 표를 몰아준 부산 재래시장 상인들의 SSM반대 싸움의 클립을 아버지에게 보여주리라 애초 마음 먹었던 딸은 그것조차 그만둔다. 알려주고, 가르치는 입장을 접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대화는 깊어 진다. 어느 순간, 딸의 카메라는 가난 때문에 진학을 포기했던 어린 날의 상처를 회상하는 아버지의 눈에 서리는 눈물을 포착한다. 그 시절의 좌절을 고백하는 아버지 앞에서, 자식들을 그러한 가난의 밑바닥에서 들어올리는데 일생을 바친 아버지 앞에서 관객도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아버지가 부자들의 정당은 가진 것이 많아서 부자집에 사람 꼬이듯 인재가 몰리기 마련이고, 그래서 믿을 만하다라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옹호한다. 영화바깥 쪽 사람들도 아버지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성공'한 딸과 함께 아버지의 말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의 '그 자식'을 달리 설정하고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이제 예기치 않게 한 '보수주의자'의 세계를 탐사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대화의 시작을 알릴 뿐이다.

영화는 딸이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양도하면서 끝난다. 아버지가 질문할 차례. 딸이 대답을 해야 할 차례.

영화와 다른 '그 자식'을 생각하던 사람들은 또 생각한다. 딸의 자리에 앉은 이가 자기자신일지도 모른다고. 딸이 태도를 수정한 것처럼 아버지들도 딸의 정치적 견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그 자식이...>같은 작은 통로들이 더 넓어지면 좋겠다고, 이것이 관계 변화의 좋은 출발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미 아버지와 딸이 담 너머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그 자식이...>는 보여주지 않던가. 아버지는 말했었다.  "정직한 사회, 부를 공평하게 누리면서 다 같이 행복한 사회, 그런 사회가 틀림없이 올 것"(인디다큐 프로그래머 이영진 씨네21기자의 프로그램 노트에서 재인용)이라고.

 

많은 다큐멘터리들이 그렇듯이 <그 자식이...>는 그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생각과 말들을 불러올 대화의 실마리이자 서두이다.

Posted by co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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